파리협정 10년: 기후 정책의 성과와 한계
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이후 10년, 세계는 얼마나 진전했을까요? 탄소중립 선언, 탄소가격제, 재생에너지 목표 등 각국의 기후 정책을 평가하고, NDC 상향, 손실과 피해 기금, 기후 정의 등 남은 과제를 분석합니다.
파리협정 10년: 기후 정책의 성과와 한계
2015년 12월 12일, 파리. 195개국이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했습니다.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°C 이하로, 가능하면 1.5°C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이 탄생한 순간입니다. 2025년,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아 우리는 얼마나 나아갔을까요?
파리협정의 핵심
목표
- **장기 목표**: 지구 온도 상승을 2°C보다 현저히 낮게, 1.5°C로 제한 노력
- **적응**: 기후변화 적응 능력 향상
- **재원**: 개도국 지원을 위한 기후 재원
메커니즘
**NDC(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, 국가 결정 기여)**:
- 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 설정
- 5년마다 상향 제출 (ratcheting up mechanism)
**투명성 체계**:
- 모든 국가가 진행 상황 보고
- 검토 및 평가
**글로벌 이행점검(Global Stocktake)**:
- 5년마다 전 세계 진행 상황 평가
- 첫 GST는 2023년 완료
교토의정서와의 차이
- 교토: 선진국만 의무, 하향식(top-down)
- 파리: 모든 국가 참여, 상향식(bottom-up)
- 법적 구속력은 약하지만 정치적 압력 강함
10년의 성과
1. 글로벌 탄소중립 선언 확산
**2025년 현재 탄소중립 선언 국가**:
- 140개국 이상 (전 세계 배출의 90% 커버)
- EU: 2050년
- 미국: 2050년
- 중국: 2060년
- 인도: 2070년
- 한국: 2050년
2015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변화입니다.
2.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
파리협정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.
-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증가 (2015-2024)
- 태양광·풍력 비용 80% 이상 하락
- 2024년 신규 발전 용량의 85% 이상이 재생에너지
3. 석탄 퇴출 가속화
- OECD 국가 석탄 발전 비중: 2015년 28% → 2024년 15%
- 100개 이상 국가가 석탄 발전 단계적 폐지 약속
- 석탄 발전 투자 급감
4. 전기차 혁명
- 전기차 판매: 2015년 50만 대 → 2024년 1,400만 대
- 주요국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 설정
5. 탄소가격제 확대
- 탄소세 또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 국가: 40개 이상
- 커버하는 배출량: 전 세계의 약 23%
- EU 탄소국경조정제도(CBAM) 도입 (2026년 본격 시행)
6. 기후 재원 증가
-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: 연간 약 1,000억 달러 (2022년 달성, 2020년 목표보다 2년 늦음)
- 녹색기후기금(GCF) 등 다자 기금 운영
7. 민간 부문 참여
- 기업들의 RE100 (재생에너지 100%) 가입 급증
- ESG 투자 주류화
- CDP, SBTi 등 자발적 이니셔티브 확대
심각한 한계
1.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
**냉혹한 현실**:
- 전 세계 CO₂ 배출: 2015년 356억 톤 → 2024년 373억 톤
- 1.5°C 목표에 필요한 **감소** 대신 **증가**
**탄소 예산 소진**:
- 1.5°C 목표의 남은 탄소 예산: 약 3,800억 톤 (2024년 기준)
- 현재 배출 속도로는 **9년 내 소진**
2. NDC 이행 부족
**Climate Action Tracker 평가**:
- 1.5°C 목표와 부합: 0개국
- 2°C 목표와 부합: 1개국 (감비아)
- 대부분 국가: "불충분(Insufficient)" 또는 "매우 불충분(Highly Insufficient)"
**한국**:
- 2030년 NDC: 2018년 대비 40% 감축
- 현재 정책 기조: 목표 달성 어려움
- 평가: "불충분"
3. 공정한 전환(Just Transition) 미흡
- 화석연료 산업 노동자, 지역 사회 지원 부족
- 개도국에 대한 기술 이전, 재원 지원 불충분
- 기후 정책이 불평등 심화시킬 위험
4. 화석연료 보조금 지속
- 전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: 연간 **7조 달러** (IMF, 2023)
- 파리협정과 정면 배치
- 강력한 기득권 저항
5. 1.5°C 목표 사실상 불가능?
IPCC 6차 보고서:
- 현재 정책: 2100년까지 2.7-3.1°C 상승
- 모든 NDC 이행: 2.4-2.6°C 상승
- 1.5°C 제한은 "즉각적이고 대규모의 배출 감축" 필요
일부 과학자들은 1.5°C 목표가 이미 불가능하며, 오버슛(일시적 초과) 후 탄소 제거로 되돌리는 시나리오만 가능하다고 봅니다.
주요 국가의 기후 정책
유럽연합: 글로벌 리더
**European Green Deal**:
- 2050년 탄소중립
- 2030년 1990년 대비 55% 감축
- Fit for 55 패키지: 포괄적 정책 묶음
**주요 정책**:
- EU ETS (배출권 거래제) 강화 및 확대
- 탄소국경조정제도(CBAM)
- 재생에너지 45% 목표 (2030)
-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(2035)
- 건물 에너지 효율 지침
**성과**: 1990년 대비 배출 30% 감소하면서도 경제 60% 성장
미국: 부침과 재도약
**바이든 행정부**:
- 파리협정 복귀 (2021)
- 2030년 2005년 대비 50-52% 감축
- 인플레이션 감축법(IRA): 3,690억 달러 기후·에너지 투자
**도전**:
- 정권 교체 시 정책 롤백 위험
- 공화당의 기후 회의론
- 연방 vs 주 정부 불일치
중국: 최대 배출국의 딜레마
- 전 세계 배출의 30% 차지
- 2060년 탄소중립 선언
- 2030년 배출 정점(peak) 목표
**양면성**:
- **긍정**: 재생에너지, 전기차 세계 1위
- **부정**: 석탄 발전 증설 지속, 해외 화석연료 투자
한국: 야심찬 목표, 미흡한 이행
**목표**:
- 2050년 탄소중립
- 2030년 2018년 대비 40% 감축
**정책**:
-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(세계 14번째 법제화)
- 배출권 거래제 운영
- 재생에너지 3020 (2030년 20%)
**문제**:
- 석탄 발전 여전히 높은 비중 (30%)
- 산업계 반발로 정책 약화
-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 느림
- 교통, 건물 부문 대책 부족
COP 회의의 명암
주요 성과
**COP21 (파리, 2015)**: 파리협정 채택
**COP26 (글래스고, 2021)**:
- 석탄 "단계적 감축(phase down)" 합의
- 메탄 서약 (30% 감축)
- 삼림 벌채 중단 약속
**COP27 (샤름 엘 셰이크, 2022)**:
- **손실과 피해(Loss and Damage) 기금** 설립 합의
- 개도국 오랜 요구 실현
**COP28 (두바이, 2023)**:
- 화석연료로부터의 **"전환(transitioning away)"** 명시
- 역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 언급
한계
- 결정은 만장일치 필요 → 최소 공통분모로 후퇴
- 화석연료 기업의 로비 (COP28에 2,400명 로비스트)
- 선진국-개도국 갈등 지속
- 이행 메커니즘 약함
남은 과제
1. NDC 대폭 상향
2025년 각국은 새로운 NDC를 제출해야 합니다. 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상향되어야 합니다.
**필요한 것**:
- 선진국: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0-80% 감축
- 개도국: 재원·기술 지원 하에 peak 후 급감
2. 기후 재원 확대
- 개도국은 연간 **수조 달러** 필요
- 현재 1,000억 달러는 턱없이 부족
- 새로운 재원 목표(NCQG) 협상 중
- 민간 재원 동원 필요
3. 손실과 피해 기금 운영
- 기금은 설립되었지만 규모, 기여 방식, 수혜 기준 등 미정
- 선진국의 충분한 기여 필수
4.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
- 두바이 합의를 구체적 행동으로
-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
-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 중단
5. 기후 정의(Climate Justice)
- 역사적 책임과 능력에 따른 차별화된 책임
- 취약 계층, 원주민, 여성 등의 목소리 반영
- 녹색 식민주의 경계
6. 적응 강화
- 감축만큼 적응도 중요
- 기후 리스크 평가 및 대비
- 조기 경보 시스템
- 인프라 기후 탄력성 강화
시민 사회의 역할
기후 운동의 부상
-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 기후 파업
- Extinction Rebellion, Fridays for Future
- 기후 소송 증가 (네덜란드 Urgenda, 미국 Juliana vs US)
압력과 견제
- 정부와 기업에 대한 책임 요구
- 그린워싱 감시
- 투표를 통한 의사 표현
결론: 중요한 갈림길
파리협정 10년, 우리는 분명한 진전을 이루었습니다. 탄소중립이 글로벌 어젠다가 되었고, 재생에너지와 전기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, 기후 재원이 확대되었습니다.
하지만 냉혹한 사실은 **우리는 여전히 기후 재앙으로 향하고 있다**는 것입니다. 배출량은 감소하지 않았고, 1.5°C 목표는 손에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.
앞으로 5년이 결정적입니다. 2030년까지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, 파리협정의 목표는 물거품이 됩니다.
필요한 것은:
- **정치적 리더십**: 단기 이익보다 장기 생존 우선
- **대규모 투자**: 재생에너지, 인프라, 적응에 수조 달러
- **공정한 전환**: 아무도 뒤에 남기지 않기
- **시민의 압력**: 정부와 기업에 책임 요구
파리협정은 도구입니다.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. 역사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.